길었던 무더위 여름도 온데간데없이 지나버리고 가을의 시작점은 벌써 저만큼 지나갔다.
9월도 어느덧 하루를 남겨두고 마감을 준비한다.
어제 오후부터 슬그머니 내리던 가을비가 오늘도 여전히 내리고 있다. 얼마나 올까?
소나기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한 껏 퍼붓는 가을 장맛비보다는 슬쩍 알게 모르게 내려주는 이 부끄러운 빗방울이 훨씬 더 내 맘엔 쏙 든다. 덥지 않고 그렇다고 춥지 않은 딱 좋은 가을 날씨다.
가을은 추석 명절이 지나면 다 끝난거라고 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9월이 빨리 지나간건 맞는 것 같다.
중간에 탁 걸려 일주일의 휴식을 건내주고 지나간 올해 명절은 코시즌이라 그렇게 큰 의미는 없지만 여러모로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왠지 망설여지고 주춤주춤 하게 만드니 말이다.
올해도 내일이 지나가고 나면 이제 석달이 남는다.
엄청 빠르구나.
시간은 우리가 눈치챘을땐 벌써 저만큼 가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무한정 뒤쫓아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연초에 계획했던 것들은 얼마나 남았지?
목표했던것은 잘 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생각과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비가 오는 날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딱히 감성적인 성격이 아니더라도 계절과 어우러져 만드는 가을비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이런 날엔 가만히 앉아서 땅으로 살포시 내려앉는 빗방울을 구경하는것도 참 좋지.
잠깐의 여유를 갖는것도 참 좋다.
살아간다는 게 다 그런 거지. 조금 힘들다면 그렇게 해보자.
잠깐 앉아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