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올여름도 지나가고 완연한 가을이다.
이젠 아침 저녁, 그리고 한낮의 온도차가 제법 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계절은 이리도 빠르게 지나간다.
이달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명절 '추석'이 있다. 다음 주면 명절 연휴.
어떤 사람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겠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쓸쓸한 연휴가 될 수도 있겠다. 나는 어떤가.
명절이라면 으레껏 삼삼오오 모여 윷놀이나 화투를 하며 가족애(?)를 다지기도 하고 그동안 못 봤던 얼굴들을 익히며 하나 둘 안부를 묻기도 한다. 꼰대 같은 잔소리도 늘어나겠지. 그래도 그것이 참 반가운 소리로 다가온다.
물론 명절이 싫은 사람들도 있다. 잔소리는 어디가나 있으니 말이다.
추석이 지나고 나면 이제 시월.
가을 밤이 영글어가고 산과 들의 나무들도 제각기 옷을 갈아입기 시작 한다.
산책로의 가로수도 노랗게 영근 나뭇잎들을 하나씩 떨구는 시작한다.
조금 더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책을 읽거나 계절의 그 오묘한 느낌에 빠져 제대로 가을을 즐기기도 하겠지.
산책길에 반가운 꽃들과 시기를 맞이한 나무들의 열매가 보인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을 맞아 싹을 틔우고 무더운 기운을 어찌어찌 버티고 나면 가을의 멋들어진 열매를 맺고야 만다.
신기하기도 하지.
아무리 대단한 인간일지라도 자연의 순리 앞에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변화하며 그 속에 그냥 발을 담근 체 함께 흘러가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보름 정도 남은 9월이 지나가고 다음 달이 오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
가을걷이를 하며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도 곧 오겠지.
이렇게 일 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따뜻한 봄이 올 게다.
인생이 별거 있나.
그렇게 순리대로 가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