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북이라도 눈이 오니 좋구나
엊그제 입춘대길이라는 글을 썼던 것 같은데 그 말이 무색하게 꽃샘추위는 매섭게 다가왔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봄이 오기전 두어 번은 더 춥다고 하는데 딱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조상님들은 신기할 따름.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랜만에 서울 인근에도 눈이 내렸다.
어제부터 시루에 고슬고슬 쌀가루를 뿌리는것 마냥 하얗게 들판을 물들여 갔다.
그래도 올 겨울을 그냥 보내기는 많이 아쉬웠납지?
정월 대보름을 보내고 2월의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다.
이제 이달도 딱 2주가 남은 셈이다. 윤달이 있어 올해는 29일까지 있다고는 하지만, 매년 2월은 늘 다른 달에 비해 짧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월급쟁이야 한 달이 금세 가버리면 좋긴 하지만 말이다.
올해는 고드름을 못 보고 지나칠 것 같더만 그나마 새끼고드름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처마는 아니지만 건물 한켠에 옹기종기 묻어 내리는 고드름들이 예쁘기만 하다.
시골 살 때는 처마끝에 매달려 있는 고드름을 떼내어 무슨 무기마냥 아이들과 얼음깨기 놀이를 하고 지낼 때도 있었는데 말이다. 요즘은 아이들도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느라 여념 없어 이런 놀이를 알까 모르겠다.
왠지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랄까..
물론 문명의 발달은 여러모로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겠지만 도리어 가지고 가는 것 또한 많아 보인다.
나이가 지긋하게 먹어가는 어르신들은 아마 이 느낌을 알겠지..
공허한 느낌이랄까, 아니면 차가운 느낌이랄까..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란 너무 버겁다.
노친내의 꼰대가 되어버리는 옛 어렸을 적 추억들은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것들인데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지금대로 어렸을 때의 추억들을 만들어 가고 있겠지..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이제 따사로운 봄 햇살이 드리울 것이다.
겨우내 꽁꽁 감춰뒀던 새싹들도 살며시 고개를 내밀겠지?
인간이란 게 참 간사한 것 같다. 겨울이 오면 다시 따뜻한 봄을 기다리니 말이다.
봄이 지나면 여름을 기다리고, 다시 가을과 흰 눈이 뒤덮이는 겨울을 또 기다릴 테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사와 참 닮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