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움을 식혀주는 시원한 소나기
초여름인가 싶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며칠은 푹푹 후덥 하게 찌더니 며칠은 비 소식이 있다.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한 두 방울 그 무게를 더해 새벽이 되어 한 낮이 될 동안 꾸준히 내려주고 있다.
시원하기도 하고 깨끗해진 하늘이 마냥 좋기도 하다.
공기가 좋은 날은 어김없이 비가 왔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만 없었더라면 훌훌 털고 일어나 기분 좋은 산책을 즐길 텐데..
이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없는 작금의 행태가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곧 끝나겠지.. 이렇게 믿지만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 나와 같지는 않나 보다.
그렇게 마스크 좀 쓰고 다니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손이 불어 터지도록 의료진이 애를 쓰고 있는데도 이건 똥고집을 삶아 먹은 건지 아니면 제 딴엔 대단한 선구자라도 된냥인지 턱주가리에 하던가 그도 아니면 아예 팔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대단한 신인류이다. 턱으로 숨 쉬고 팔모가지로 숨을 쉬는 종 이라니..
말하면 좀 듣자. 뒤지라고 하는 소리도 아니지 않나?
깊어지는 밤의 크기는 이로 말할 수 없다.
멋들어진 사진 속의 야경은 직접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못하다.
그 느낌을 한 껏 담아낸다고 한들 보고 느끼는 건 사람마다 다를 텐데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할 수가 있을까?
서울의 날씨는 주야장천 비..
어렸을 적 시골에 살 때는 한 여름이면 번개가 하늘을 뒤덮는 이러한 모습을 많이 구경했었는데..
그때야 낙뢰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무서우면 이불속에 쏙 들어가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었으니 좋았지.
대청마루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구경하는 하늘의 번개와 우뢰와 같은 천둥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참 그립다.
지금이야 한껏 분위기에 취한다고 해도 그 시절 어렸을 때 느꼈던 그런 느낌을 조금이라도 가져올 수 있을까?
이 뇌우의 사진은 여름이면 꼭 생각나는 사진이다.
딱히 여름에만 이런 건 아닌데도 말이다.
소싯적에 창문 너머로 훔쳐보던 빗방울과 빛에 반사되어 흩어저 버리는 네온 불빛들은 어릴 때나 나이를 먹었을 때나 많은 감성에 빠져들게 만든다.
향기가 아주 좋은 허브차를 한 잔 곁에 두고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많던 걱정과 한숨의 굴레를 잠시 잠깐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여름은 그런 계절이다.
지금도 비가 온다.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고 가져가 버리는 얄궂은 여름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