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진짜 오래간만에 비가 왔다. 비 오는 날 가장 하고 싶은 것? 생각하면 참 많기도 하다. 봄이 되는가 싶더니 얼마 전부터 슬슬 더워지고 그간 목말랐던 붉은 장미가 만개할 쯤에는 초여름의 길목에 서 있는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어제 내린 비는 참 달고 감미롭다고 해야 할까.
세월과 함께 느껴지는 비와 몸땡이
이게 진짜 신빙성이 있는 게 온몸이 쑤시거나 찌뿌둥한 느낌이 든다면 어김없이 비가 온다.
그런 기분에 일기예보를 보면 정확하게 비 예보가 딱 걸려 보인다.
거참 신기하다. 무슨 신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희끗하고 세월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도 아닌데 신기하게 이 몸뚱이는 세월과 함께 비의 순간을 기억하는 듯하다.
어제는 그리 많은 양의 비가 오진 않았지만 퇴근길 무렵부터 보슬보슬 내리던 비는 새벽까지 그치지 않고 내렸다. 참 오랜만에 보는 비다.
비가 오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얼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이런 것?
- 부침개를 먹으면서 넷플 보기
- 비 오는 풍경을 보면서 음악 듣기
- 커피숍에 앉아 창밖 내다보기
- 과자 잔뜩 쌓아놓고 비 구경하며 먹기
- 비 맞으며 뛰어다니기
어렸을 때, 그러니까 고등학교쯤에는 비가 오면 말 그대로 위에 써 놓은 것처럼 비를 맞으며 뛰어다닌 적도 있었다.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좋았던지.
어느 정도 나이를 먹다 보니 요즘은 비가 오면 그냥 조용한 카페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비 오는 풍경을 보며 향이 좋은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은 정도. 비오는 풍경을 보면 참 좋긴 하다.
집에 있을 때는 간혹 부침개를 붙여놓고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보거나 창밖을 구경하거나 빗소리를 듣거나.. 남이 보면 좀 청승맞아 보일지 모른다고 생각은 하지만 가끔은 그런 게 좋고, 하고 싶기도 하다.
비가 와서 조금은 시원해졌다.
길거리를 물들이는 빨간색 장미꽃이 지고 나면 좀더 더워지겠지.
벌써 오월도 거의 다 지나갔다.
올여름엔 좀 덜 더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