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 주를 시작하면서 지난주에 내린 눈(雪) 이야기를 잠깐 해 보려고 합니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지역은 2월 중순임에도 많은 양의 폭설(?)이 내렸습니다.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건만 겨울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듯 아주 알차고 포근하게 내린 겨울 눈이었습니다.
겨울의 마지막 설경(雪景)을 보다.
사실,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있었습니다만, 워낙 잘 맞추지 못하는 기상청의 예보는 늘 어김없이 빗나가는 터라 이번에도 제대로 맞을까 하는 맘이 내심 있었습니다.
눈은 내리던 비가 오후가 되면서 진눈깨비로 바뀌어 가고 퇴근할 즈음에는 뭔가 살짝 단단한듯한 알갱이가 섞여 조금씩 내리더군요. 이것이 새벽이 지나고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온 통 세상을 하얗게 뒤덮을 정도의 양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바라보는 2월의 설경, 눈 내린 풍경은 조금은 믿기지 않더군요.
아마도 오후 늦게부터 내리기 시작한 진눈깨비는 어느 순간 함박눈이 되어 새벽 내내 세상을 덮을 만큼 내렸을지 모르겠습니다.
기분이 참 묘합니다. 뒤늦은 날씨에 보는 눈(雪)이란.
출·퇴근을 걸어서 하는 나로서는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건만, 맨질맨질한 길을 조심스럽게 걸으면서도 시선으로는 나무와 들판에 쌓여있는 새 하얀 눈꽃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눈이 오기 전 요 며칠간의 포근한 날은 이제 봄이 왔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년보다는 조금 일찍 핀 매화꽃을 보았는데 이렇게 눈이 함박 내리는 걸 보고 나서 먼저 피어난 매화꽃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물론 식물은 그 나름대로의 적응을 해 가며 인간보다는 훨씬 더 잘 지내겠죠.
2월 마지막 주를 앞두고 이것이 올 겨울의 마지막 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렸을 때는 2월 3월 까지도 매섭게 추웠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기후변화 탓인지 아니면 나이 들어가는 지구의 어쩔 수 없는 순리 탓인지 몰라도 겨울이 짧아지는 느낌입니다. 도리어 여름이 길어진달까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반도지만 언제부턴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닌 초여름, 늦여름, 초겨울, 늦겨울처럼 두 계절만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곧 영춘화가 피고 봄 나비가 날아들겠죠.